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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월 23일
한국에서 생활할 때는 내가 이렇게나 애국심 뿜뿜인지 몰랐다.
누구보다 한국 사회에 비판적이었고, 누구보다 일탈을 꿈꾸며 자유분방한 외쿡 분위기를 막연하게 동경했다. 외국인들에게 이야기할 때도 솔직히 좋은 점보다는 나쁜 점을 더 많이 얘기한 것 같다.
꼬집을 점이 많은건 사실이니까! (특히 노동 환경은...음.... 이 부분을 생각하면 한국에 돌아가고 싶단 생각을 하다가도 순식간에 생각을 접게된다!)
내가 너무 오래 한국에 있다가 뒤늦게 나와서 그런지, 몸에 베여버린 한국물은 결국 짜낼 수가 없다 ㅋㅋㅋ
외국에 있어도 한국 음식을 먹어야 하고, 한국어로 수다를 떨어야 하고, 친구들과 술 한잔하며 나누던 농담과 취중진담이 그립고, 스트레스 받으면 혼자라도 찾아가던 코인 노래방도 너무 그립다. ㅠㅠ
근데 웃긴건 내가 생존본능으로 발버둥치는게 주변에 영향을 미친다는 거다. 어느새 내가 한국 문화를 전파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고 정말 문화의 힘이 엄청난 영향력을 미친다고 몸소 느낀다. ㅋㅋㅋㅋㅋㅋㅋㅋ
남자친구에게 한국 드라마를 틀어줬더니 재밌어 하고 어느새 우리는 한국 드라마를 주기적으로 본다. 그런 남자친구는 드라마를 주변에 홍보한다. 남자친구의 아버지가 본다. 가족들이 모여 한국 영화를 본다.
남친 어머니는 심지어 나의 나라를 이해해보려 나를 생각하며 한국 소설책을 구입하셨다. 그 책은 이름하여 '82년생 김지영'. 내 세대는 아니지만, 그래도 한국 여자들이 얼마나 힘들게 버텨왔는지.. 프랑스인으로써 그 모습이 이해가 되려나..?!ㅋㅋ 아무튼 아직 안읽어보신 것 같다.
파일:82년생 김지영_소설.jpg - 나무위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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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u.wiki
남자친구가 한국말을 가끔 섞어 쓴다. 주변에서 무슨 뜻인지 물어본다. 모두가 쓴다.ㅋㅋㅋ 남자친구 아버지는 이제 'à table!' 대신에 '밥 먹어!'를 외치고, 여동생과 그 남자친구는 '오늘 아침 추워' 발음이 웃긴지 그거 배워서 그 말을 계속 외친다. ㅋㅋㅋㅋㅋ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는 기본이고, 심지어 내가 잘 쓰는 '알겠다고', '바보야' 도 여기저기서 들린다. ㅋㅋㅋㅋㅋ 다 남자친구한테 알려준 내 잘못이다. ㅋㅋㅋㅋ
내가 먹던 떡볶이를 한번 맛본 남친 여동생은 그 이후로 그때 먹은 pâtes riz 떡파스타?!를 안맵게 해달라고 한다. 한번 케찹 듬뿍 넣어서 치즈도 뿌려서 해줬다. 그래 이맛이야!를 외친다. ㅋㅋ
남친의 어린 남동생은 당면 맛에 반했다. ㅋㅋㅋㅋㅋ 잡채 양조절 실패로 남은 당면을 마지막에 불고기 소스에 말아서 후루룩 클리어했다. 불고기도 남았는데 고기는 거부하고 당면과 불고기 소스만 요구했다. 그 후로 그 pâtes (역시 스파게티, 파스타라고 표현..) 또 해달라고 해서 아버님께 간장과 참기름을 선물로 드리고, 당면도 사서 전해 드렸다. 요리법도 프랑스어로 전달드림.^^ 근데 아무래도 어려울 것 같아 불고기소스를 다음에 걍 드려야 겠다. ㅋㅋㅋ
남동생의 한국사랑은 이게 끝이 아니다.ㅋㅋㅋ 마이쮸 한번 사줬는데 사랑에 빠졌다. 남친 어머님이 그거 어디서 샀냐고 물어보셨다. 남동생이 찾는다고..ㅋㅋㅋㅋ 그 다음에 살때 맛별로 포도, 딸기, 사과, 복숭아 사서 줬다. 항상 봉봉과 쏘시쏭을 외치는 귀요미.ㅋㅋ 이 귀염둥이가 나로 인해 한국 입맛에 길들여지고 있는건 아닌가 싶다.
남친 친구들을 불러 삼겹살과 보쌈을 대접했다.상추랑 쌈장, 김치, 마늘, 팽이버섯, 양파저림, 무쌈 심지어 명이나물(이건 내가 먹고싶어섴ㅋㅋ) 등등 사서 대접했다. 한국의 참맛을 보여줬다.^^ 이 와중에 남자친구는 소맥을 말고 있다. 그리고 높은 사람 앞에서는 고개를 꺾어서 두손으로 마셔야 한다는 꼰대 예절도 설명한다. ㅋㅋㅋㅋ 지는 한국인도 아니면서 ㅋㅋㅋㅋㅋ
해외 문화를 갈망하던 내가 어쩌다 이렇게 해외 나와 애국자가 되어버렸는지 한국문화를 전파하고 있는건지ㅋㅋㅋ
근데 외국에 내 나라, 내 문화를 알리는게 굉장히 뿌듯하다. 한국에서는 느끼기 힘든 기분!
아.. 막걸리에 부추전이 땡기는 밤이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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